2010. 3. 11. 02:32 책이 좋아~/라노베 리뷰
 


인물묘사 ★★★☆
정황묘사 ★★★★
구성력 ★★★☆
난이도 ★★
문장력 ★★★
진실성 ★★★
일러스트 ★★★☆
흡인력 ★★★★★
개그도 ★★☆
감동 ★★★
액션 ★★★★☆
캐릭터 ★★★
어필 ★★★
분량 ★★★☆



구매 Lv : 8/10
랭크 : A

저자 : 카와하라 레키
일러스트 : abec
번역 : 김완

이번에도 1년 4개월 만의 리뷰인듯 하다. 뭐 거의 3년에 2개 꼴로 리뷰를 쓰는것 같은 ...
어째 간만에 갈증해소 작품을 만나서 리뷰를 쓰게 된 것 같기는 한데 별점은 그닥 후하게 못준거 같다. 왠지 저런 것 만으로는 나타낼 수 없는 부분이 많아서 일까. 읽을땐 재밌게 봤는데, 막상 리뷰를 쓰려고 하니까 점수가 깎이는 작품인 듯 싶다.


(요 아래 내용은 어디에 끼워넣기도 그렇고 서론에 쓰기도 그렇지만 그냥 써본다.)

 * 게임판타지에 대해, 그리고 한국과 일본 게임판타지에 대한 단상 *

 게임판타지... 라고 지칭하겠다. 왠지 게임소설이라고 하면, 게임이 원작이 되어 나온 그런 작품을 말하는 듯하여 혼동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게임판타지...를 볼때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그것은 소설독자로서가 아니라 (그 속의 내용이 현실이라고 가정했을때) 게이머로서라고 생각한다. 모르겠다, 내가 게임을 어지간히 좋아하기도 많이하기도 해서 그런 생각을 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쯤 짚고 넘어가봐야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게임으로 따지자면... 어차피 아마추어지만, 나름 여러장르에 대한 식견은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워낙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 덕분이기도 하지만, 총 좀 쏜다는 소리 들어봤고, 맵리딩 쩔어준다는 말도 들어봤다. RPG는 서버에서 이름좀 날렸고, 와우같은건 한번도 안해봤지만 와우저 뺨치게 많이 안다더라. 격투게임으로는 캐릭터 대전이나 대회같은데 몇 번 나가본 정도가 된다. 뭐, 이건 나 잘났다는 소리가 아니고, 그만큼 게임 좋아하고,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의 관점에서 작품을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냥 나의 단편적인 생각이지만, 작품성이든 뭐든 다 뒤로하고 이 작품이 일본에서 어느정도 인기를 몰고 올 수 있었던 건, 아무래도 게임이 소재인 경우는 별로 흔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라노베쪽에서 내가 알고 있는 것이래봐야, <크리스 크로스 - 혼돈의 마왕> 이랑 <.hack// 시리즈> 정도가 전부이다(엑셀 월드는 논외). 아무래도 일본에선 이 계열이 불모지에 속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한국에서는 아무래도 제법 익숙한 장르가 아닐까 한다. 물론 한국판타지 시장에서도 게임판타지는 마이너에 가깝긴 하지만, 작품의 바리에이션이 제법 넓은 편이긴 하다.(물론 작품의 질은 떠나서!)
 저런 생각들을 토대로 보건대, 아무래도 한국 독자들에게는 게임판타지란 그닥 신선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아무래도 메리트가 떨어지는 것이다. 나도 한국 독자 중의 한명이고, 대충 한국 게임판타지소설은 그럭저럭 몇 작품을 봤다. <아르카디아 대륙기행>은 그냥저냥 볼만했지만 게임적인 측면에서는 제법 맛깔나게 그려냈다. <레이센>.... 은 이게 과연 소설인지 의심스럽긴 했지만, 나름 그래도 대한민국 RPG게임의 암울한(?) 현실을 담아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게 작가의 의도는 아닐거라고 생각하지만.

                                                        - 단상 끝 -


책을 읽기에 앞서 라피르님의 다소 가혹한 평을 봤었다. 뭐... 그렇다고 선입견이 생긴건 아니지만. 확실히 어떨까 궁금해져서 내 눈으로 확인해보기로 했다. 어쨌거나 위의 단상같은 생각도 갖고 있기도 하고, 이런저런 현실을 뒤로하고, 기대 반 걱정 반이라는 심정으로 난 <소드 아트 온라인 - 아인크라드>의 조회수 650만의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이 책을 집어들게 되었다.

그래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선택은 성공이고, 조회수 650만은 진실이다. 라이트 노벨 독자로서도, 한 명의 게이머라는 측면으로서도, 이렇다 할 손색은 없는 작품이다. 막상 리뷰쓰게 되면서 딱히 뭐가 특별이 대단하다는 점은 없는 것 같다고도 느꼈지만 (별점을 매길 때가 되서야 느꼈다), 그래도 한동안 이렇다 할만한 작품을 별로 못보고 갈증만을 느껴오던 나에게 가뭄에 단비같은 작품이 된 것만은 확실하다. 그래서 이렇게 리뷰도 쓰고 있는 것이고. 그렇다면 뭐가 특별히 대단한건 없다지만, 그래도 이 작품의 대단한 점들을 파헤쳐 보자!



이것은 게임이지만 놀이가 아니다.


게임을 충실히 구현
 
단언컨대 작가는 열혈 게이머나 게임 디자이너일 것이다. 하지만 게임 디자이너는 아닐 것이 분명하므로 열혈 게이머일 것이다. 특히 UO나 WOW의. 많은 RPG 게임을 해봤을지는 모르겠지만, 게임으로 가질 수 있는 이런저런 시스템들을 충실히 구현해 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사람들의 평을 많이 들어보아도 이런 부분에서는 대부분이 공감하고 있는 것 같더라. 인터페이스나, 메신저 시스템이라던가, 타겟팅 시스템이나, 보호 모드 등등 필요로 하는 수많은 시스템을 아낌없이 담아내었다. 심지어는 신작 RPG게임의 불안정한 모습이 서서히 안정적으로 정착되어 가는 과정까지도 그렇게 실감나게 그려내는 것이 다소 놀랍기도 했다.
 
게임으로서 실현가능한 현실적인 경계
 이것은... 아무래도 대부분의 독자들이 무심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일 거라고 생각한다. 해당사항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다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들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나마 쉽게 느낄 수 있을만한건 여성게이머의 인구비율이라던가 그 정도 수준일 것이다. 그 다음 수준으로는 폴리곤에 대한 내용이다. 딱히 현실적인 경계로 느끼기 보다는 오히려 이것은 게임이다는 것을 인식시켜주는 한계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좀 더 전문지식이 필요한 예를 들자면, 목욕이란 내용에 대한 설명이 있다. 많은 감각들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지만, 물의 움직임에 대한 것을 구현하기란 이 기술로도 무리라는 내용이었을 것이다. 나만 그런가?! 난 왜 이 내용을 보고 엄청나게 소름이 끼쳤다. 너무나 현실적인 장벽이라서. 비슷한 예로는 영화 같은 데서 그래픽 작업을 할 때에 흐르는 물은 엄청난 장애요소이다. 그래픽 시뮬레이션에서도 가장 어려운 것이 유체역학이다. 그런 의미에서 쓰나미가 나오는 영화는 대단하다 (응?!). 각설하고, 이 처럼 흐르는 물(유체)를 실시간으로 시뮬레이션하여 처리를 하는 것은 근 미래의 신기술로도 다소 힘들 것이라는 거다. 그것도 몇 천명이 동시 접속해 있는 게임에서 그렇게 부하가 많이 걸리는 연산을 동시에 진행하기는 말이다.

게이머가 가질수 있는 느낌들을 재현
 이것도 사람에 따라서는 다를 수도 있겠지만, 이 작품에서만 슬슬 건성으로 찾아봐도 대충 서너가지는 나오는 것 같다. 먼저, pk에 대한 내용이다. 듀얼을 할 때의 준비부터 끝날 때 까지의 심리적인 고양감이나 묘사가 제법 볼만하다. 아마 이 정도 느낌이라면 어지간한 RPG에서는 느끼기 힘들 것이고, 최소한 액션 RPG나 아예 격투게임정도가 되어야 가질 수 있는 거다. 다음으로는, 슬럼프이다. RPG 게임을 오래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반드시 이런 게임에서는 슬럼프가 찾아온다. 그저 레벨업만 하다가 질려버리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인생으로 치면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는 걸지도. 더 이상 게임을 진행해 나가야 할 이유를 못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도 그러한 내용이 나타나는데, 그 다음으로 나타나는 것이 그 슬럼프를 극복하는 것이다. 내 경험상 여기에는 계기가 필요하다. 레벨업에 질렸지만 더 높은 레벨에 대한 목표가 생긴다거나, 아니면 여타 다른 이유라던가. 내가 이 작품에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게임을 해온 경험들이랑 너무 닮아있다.

라노베이면서 게임판타지, 게임판타지이면서 라노베
 이게 뭔 해괴망측한 소리냐고 물으신다면, 저 두개는 배타적인 관계는 아닐지라도 서로의 영역이 침해되지 않도록 적절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렇게 여기저기서 많이 느낀점은 아니지만, 라노베다운 팬 서비스라던가(!!), 자칫 게임판타지에서 벗어나 보이밋걸로 빠질 수 있었던 내용을 적절한 내용구성으로 (어찌보면 트릭일지도) 그런 느낌이 들지 않도록 충분히 조율하였다. 간략하게 설명해 보자면 남자아이와 여자아이는 이렇게 저렇게 만나서 이런저런 일들을 해서 이리저리 되었다는 식이 아니고, 얘랑 쟤는 원래 알던 사이인데 (그런 언급조차 나오지 않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했음) 그냥 지나가는 식으로 하는 얘기가 내 생각을 바꿔준 어떤 사람을 우연히 만나게 되었는데 그 녀석이 사실 이 녀석이더라하는 식이라는 것이다(실제 작품에서도 1~2페이지에 정리해버리는 놀라운 신공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
 뭐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게다가 이쪽은 라피르님의 리뷰에서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설정이 약간 진부하다는 점. 뭔가 많이 보던 설정이다. 데스 매치라는 것. 뭐 어차피 이쪽에서 나올만한 설정이 다양하지 않은 것도 현실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건 아쉬운 점이라고 하긴 애매하지만 <크리스 크로스>에도 있었던 장자지몽과 같은 철학적 내용이다. 역시 버추얼 리얼리티 게임이라면 당연히 나와야 했던 것일까하는 의문이 든다. 그리고 또 아쉬운건 지나치게 dramatical 전개였다는 것. 라노베인건 좋지만, 이렇게 라노베적인 틀에 얽매여야 했던 걸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중간쯤 읽을 때까지는 '이런 전개라면 10~12권 정도는 나오겠군'라고 생각했는데 뒤로 갈수록 갑자기 '첫 권인데 진도가 너무 빨라?!' 라고 느끼게 되어버렸던 것이다.
(중간쯤 읽어 나가고 있었을 때 10권짜리 내용으로 가면 어떤 소재로 재미를 찾을 수 있을까 의문이긴 했었다. 벌써 꺼낼 카드는 거의 다 보여줬는데 그냥 이런 식으로 10권 지나가서 게임클리어 끝! 엔딩~ 이렇게 가면 한국식 게임판타지랑 다를바가 없으므로)


이렇게 써놓고보니 뭔가 아쉬운 리뷰가 되어버린 것 같다.
최대한 네타를 피하려다보니 내용언급이 없을 수 밖에 없는데, 내용언급이 없으면 납득하기 힘든 말들이 많아서 너무 두리뭉실하게 쓰인 것이다. 뭐, 아쉬운 리뷰는 뒤로하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듯 하지만, 분명 <소드 아트 온라인>은 흠 잡을만한 곳 보다는 주목할 만한 부분이 많은 작품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다음 권이 기대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대체 그런 엔딩에서 어떻게 뒤를 이어갈지 궁금해서 마음이 타들어갈 것 같다.
(사실 작정하고 뒤에 뭔가 이어질 엔딩이긴 했지만, 그렇게 한 권으로 여운있게 끝내지 못해서 작품 전체적으로 다소 망가진 작품도 없지 않기 때문에 약간 걱정되기도 한다. 이 작품도 그런 길을 걷지 않기만을 바랄뿐이다. 실제로 이 작품도 굳이 현재 엔딩내용을 바꾸지 않고 1권에서 끝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2010. 03. 11.
02:32 라피
posted by 라피